잘하지 못하지만 노래하기와 악기 연주를 좋아합니다

제대로 암송하는 시는 한편도 없지만 시가 좋습니다

좌석을 뒤로 젖히는 사람이 싫지만 기차 타는 것을 좋아합니다

초상집이나 잔칫집에선 밥보다는 술 한잔이 더 좋습니다.

첫 잔의 술에 몸서리를 치지만 밤새워 마시는 술 밤이 좋습니다

긴 가방끈과 꽤 되는 독서량에도 입에 붙는 세상 험한 육두문자가 좋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변덕이 죽 끓듯 하지만 일몰이, 가을이, 별빛이 변함없이 좋습니다

꿈속에서 꿈을 꾸다가 꿈이어서 다행일 때 웃는 내가 좋습니다

선물처럼 온 오늘이 좋고 막내딸에게 부쳐줄 택배 상자를 들고 우체국으로 향하는 것이 좋습니다

곧 열릴 꽃년놈들의 잔치를, 그 밑에서 비눗방울 불며 재잘대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요 다 좋을 겁니다

당신도 그래지시길 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