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배니아에서 열린 2015 내셔널 트럼펫 컴페티션 (NTC) 에서의 마스터클라스라고 합니다.
다른 세 분의 강의도 있는데 반가워서 이분 것 먼저 보았네요. 예전에 제가 이 분 글을 번역하면서 (링크) 개인적으로 메시지도 주고받은 적이 있어서요^^ 이번 마스터클라스 영상을 보니, 어떤 분이신지 좀더 느낌이 와닿네요.
크게 따지면 30분씩 3 파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파트 1: 소리를 내는 것의 중요성 이것은 무엇인가? 트럼펫이죠. 트럼펫이 뭔가? 그럼 음악은 무언가? 부터 시작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핵심적인 이야기는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트럼펫 연주의 요소들을 정리하는 데에 있어서 1, 2년 전 쯤에서야 만족할만한 구분법을 찾았다: 1. 소리내기 (Production) - 하나의 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가. 2. 이동/움직임 (Motion) - 즉 다른 음정 간의 이동 / 연결. 3. 아티큘레이션 4. 조작법 (Mechanism) - 밸브가 달린 모던 트럼펫의 경우.
그런데 보통 보면, 대부분의 연습이나 훈련법은 3번과 4번에 치우쳐져 있고, 특히 ~소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함에도~ 1번인 소리내기 연습에 충분한 초점이 맞추어져 있지 않은 것 같다. 소리내기에 있어서 훈련법은 어떤 것이 있는가? 대표적으로 롱톤이 있고 (※ 고음 롱톤 역시 충분히 해주지 않으면 안된다), 호흡, 버징 (입술 - 마우스피스 - 리드파이프 등), 립벤딩 등등. 물론, 어떤 훈련을 해도 1~4번의 요소가 두루 섞여 있기는 하지만, 좀더 소리내기에 초점을 맞춘 훈련을 찾아보도록 하라. 2번도 중요하지만 이 부분은 많이들 알고 있을테고,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가 연습하는 시간의 대부분은 이 1번과 2번에 투자해야 한다. 3번과 4번은 상대적으로 간단하기 때문이다. 아티큘레이션에 문제 있다는 사람들, 장담컨데 95%는 소리내기에 문제가 있는거다. 아티큘레이션은 소리의 표현에 있어서 타음적 효과를 주기 위한 것이다.
1번과 2번에 걸쳐있는 연습들: 카마인 카루소 (특히 6-Note 연습)와 제임스 스탬프 - 스탬프의 경우는 2번에 좀 더 기반을 둔 연습이다.
파트 2: "음악"을 연주하라 (28:20~) 나는 가끔 여기저기서 재즈를 연주하기도 하지만 본질적으로 클래시컬 주자이다. 클래시컬 음악이 다른 장르들에 비해 독특하고 멋진 것은, 엄청나게 오랜 시간동안 작곡가들이 머릿속에 떠올린 소리를 정교하게 옮겨 적어놓은 이 악보란 녀석을 보고, 다시 어떻게 해석하고 소리로 풀어낼 것일지의 몫은 우리같은 연주자들에게 달려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트럼펫이란 악기를 다루는 것 자체가 워낙에 집중을 요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지만, 우리는 가끔 우리가 연주하는 것이 음악이란 것을 잊기 십상이다. 악보란 것은 하나의 지도이자 지침서일 뿐이다. 하지만 음악이란 생각이나 감정 등을 표현하는 것이다. 어떤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것인가? 어떻게? 보통 우리가 악보를 보면 이렇게 지침을 보고 따른다. "음, 84bpm. 메트로놈 맞추고... 포르테, 크게 불어야겠군." 하지만 이렇게 불면 기계적인 연주가 될 뿐이다. 작곡가가 무슨 마음으로 무엇을 표현하려고 했을까, 또 우리는 이것으로 무엇을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음악 / 악보에 어떤 성격들이 있을지... (※38:00 과 39:15의 같은 악보 연주 비교).
음악에는 무한히 다른 색깔과 표현이 있고, 그게 바로 음악이다. 하지만 어떻게 거기에 도달할 것인가? 이 부분이 참 가르치기 어려운 부분인데, 많은 연주도 필요하지만 "듣기"가 참 중요하다. 특히나 훌륭한 연주들을 듣는 것, 그것도 악보와 함께 듣는 것이 좋다. 곡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공부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는 스스로 실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44:55 - 악보대로의 연주. 방금 연주에서 난 아주 많은 것들을 잘 했다. 선생님들이 항상 강조하는 좋은 호흡, 울림 (projection), 부드러운 연결과 밸브 사용 등... 근데 이게 난 너무 싫다 (웃음). 자, 처음엔 이렇게 불 수 있다. 하지만 이 때 나는 본능적으로 이 곡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듣기 시작한다. 일단은 나팔을 잘 불 수 있도록... 아까 얘기한 4가지 요소들도 두루 다뤄보고, 숙제도 다 해서 기초적인 것들이 다져졌으면, 이제는 방 안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실험을 해 볼 때이다. 이 인쇄물을 생각과 감정이 담긴 소리로 어떻게 바꾸어 표현할 것인지. 그렇기 때문에 방금 연주를 하면서 이 곡에 어떤 성격이 있는지를 들으려 했고, 약간 감상적이고 슬픈 특징이 있다는 것을 바로 감지하고는 이것을 잘 포착해야겠다 싶었다. 또 한가지 느낀 것은 장음(롱 노트)이 많다는 것이다. 장음은 음악에서 무언가를 표현하기에 가장 좋은 기회를 준다. 사람들이 가락을 생각할 때에 음이 어떻게 이동하는 지에만 몰두해서 쉽게 좌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가락을 어떤 형태로 다듬을 건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비브라토를 넣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비브라토라고 해서 기계적으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그 곡조의 연장선상에 놓고 활용해야 한다. 어떤 방향으로 이 가락을 그려낼 것인가에 따라 다른 성격, 다른 속도의 비브라토를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하다보면 이런 식의 느낌이 된다 (47:50의 같은 곡 연주). 완전히 다르지 않은가? 또 한가지 예를 들면 5마디에서 멜로디가 돌아오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기 위해서 약간 속도를 올렸다. 나는 새로운 느낌을 전달하고 싶고 그 느낌들이 진화하기를 바란다. 음악이란 시간을 따라 흐르는 소리임을 기억해야 한다.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하며 바뀌어간다. 그 다음으로 나아가면 마치 해가 떠오르는 듯한 느낌이다 (49:05 연주). 이렇게 완전히 다른 성격을 갖고 있지 않은가? 처음엔 좀더 사적인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에서 변화를 거치며 확 피어나는 느낌을 준다.
이런 것들이 여러분들이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며, 내가 하는 것만큼이나 얼마든지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을 들으며 울어본 적이 있는가? 그럼 당신도 할 수 있다. 음악을 들으면서 감동을 느끼고 경험해보았다면, 당신도 자신의 연주를 통해서 그렇게 생각과 느낌과 감정들을 다른 이들에게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노력을 쏟아야만 한다. 롱 톤, 아티큘레이션, 유연성 훈련에 공을 들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습해야 하고, 계속 파고 들고, "지금 내가 정말로 이 곡이 가진 모든 것을 구현해냈나?"하고 되물어봐야 한다. 내가 작곡가한테 듣기 좋아하는 칭찬이 뭐냐 하면, "와, 난 이 곡에서 이런 걸 들어본 적이 없는데"라는 말이다. 내가 내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표이기 때문이다. 두드러지거나 의도되지 않았더라도, 이 곡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찾아내서 뭔가 전할 것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음악이란 예술이 환상적인 이유이다. 공동 작업. 그 작곡가의 생사여부를 초월해 우리는 협력을 해낼 수 있고, 같은 작곡가의 작품이라도 내가 하는 것과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이 빚어내는 작품은 모두 다를 것이다. 역사의 긴 시간을 가로질러 우리는 곡을 쓰고 남긴 세상의 모든 작곡가와 같이 협업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그건 꽤 멋진 일 아닌가. 그리고 우리는 입술의 진동을 마우스피스와, 끝이 벌어진 길다란 황동관... 트럼펫으로 그 작업을 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파트 3: 질문과 답변 등 (51:20~)
- 1. 소리내기 연습 방법을 좀 더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호흡 어택 사용도 포함되는지요?
● 처음에는 간략하게 립버징을 하고 같은 것을 마우스 피스로 해본다. 입술은 숨(바람 기둥) 주변으로 모으듯이. 첫 시작은 항상 푸 (숨) 어택으로 하며, 푸 어택에서 제대로 된 느낌을 찾는 것이 내 하루 일과의 시작이다. 그 뒤에는 역시 푸 어택으로 롱톤이나 립 벤딩을 한다.
● 메리 프랑퀸 메소드: 모리스 앙드레, 호칸 하르덴버거 등이 사용. 아르방과 비슷하지만 (※메리 프랑퀸은 아르방의 제자임) "소리내기 (1번)" 에 지대한 초점을 둔 연습서 (특히 "송 필레"와 "에미씨옹" 등). 고음 연습 등을 하기 전에, 하루에 20분씩 이런 (어택과 소리내기) 연습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최고의 소리와 컨트롤을 요구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참조 - 메리 프랭퀸 (Merri Franquin) http://abel.hive.no/trumpet/franquin/method/ http://qpress.ca/product/methode-complete-de-trompette-moderne/
● (카마인) 카루소: 학생이 소개해준 마커스 스톡하우젠 버전도 자주 사용한다. 적극 추천하며, 동시에 어떻게 할 줄 아는지 제대로 아는 사람에게서 듣고 배우기를 바란다. 잘못 하기가 쉬운 관계로. 설명 자체는 잘 되어있기 때문에 실패할 것을 감안하고 한 번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는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소프트하게 연주하고, 자기관찰하면서, 무리하게 확장하지만 않으면 되는데, 제대로만 사용한다면 음역, 주력, 소리내기의 질적인 면들을 정말로 향상시켜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연습을 음역이랑 주력 연습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음역을 압축시키는 - 즉 각 음들을 더 가깝게 붙도록 하는 - 것이고 동시에 소리를 좋게 만드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 제대로만 하면! 압력을 많이 사용한다거나, 밀어붙이거나, 힘으로 어떻게 하려고 하면 다치게 될 거다. 그러니 항상 압력은 가볍게 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무리하지는 않도록 하라. 뭐라도 좀 편치 않은 구석이 생기면 멈춰야 한다. 이런 종류의 훈련은 몇 년에 걸쳐서 쌓아갈 수 있는 것들이니, 서두르지 말아야 함을 기억하라. 무리해서 하는것보다는 차라리 오선지 영역 안에서 시작해서 서서히 늘려나가는 편히 훨씬 낫다. 길게 보고, 제대로 하라. #참조 - 마커스 스톡하우젠 (Markus Stockhausen) 의 카루소 기초 정리 http://www.aktivraumverlag.de/media/data/the_basic_caruso_1.pdf
- 2. 미국 클래시컬 음악계의 가장 보편적인 문제가 무엇일까요?
창의력 부족 아닐까.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 만큼 상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눈을 돌리면 해외에도 일자리는 많이 찾을 수 있다. 물론 경쟁은 치열하고 어디 가나 합격하기 쉬운 곳은 없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가장 큰 난관은 요즈음의 오케스트라가 요구하는 일정 수준에 도달하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경쟁이 심하다고 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이야기하자면 (남들과의 비교가 아니라) 연주력을 아주 높은 수준으로 도달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이니까.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수도 있고, 교육쪽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나처럼 오케스트라로 시작했다가 교육쪽으로 옮기고 자기가 하고 싶은 활동을 하는 길도 있고, 박사학위를 취득해서 무언가 다른 일을 해도 되는거고. 그리고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교육이란 것이 그저 교육 자체로서만 끝나지 않도록 계속 탐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가능하다면 연주자로서도 스스로의 한계를 계속 넘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나 스스로도 시장을 넓히려는 데에 항상 주목하고 있다. 평소에 트럼펫이 끼지 않을만한 곳에 자리를 마련하고 트럼펫 연주를 넣을 수 있다면, 다음 번에 그런 기회가 다시 왔을 때에 훨씬 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교육 쪽에 자리를 잡는다면 스스로 기업가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의 입장이라면, 오케스트라에 들어가는 것도 있고, 계속 공부해서 학계로 진출할 수도 있고, 실내악단을 만들어서 활동을 할 수도, 자신의 솔로 활동 홍보를 해도 된다. 앞으로는 흥미로운 음악적 구상을 제안하면서 솔로 활동을 하고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점차 점점 더 늘어날 것 같다. 호칸 하르덴버거도 이쪽 루트로 가고 있는데 참 환상적인 진로인 것 같다. 그렇게 연주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ㅋㅋㅋㅋ. 그 외엔 의뢰를 받아서 (프리랜서 형식으로) 활동을 하는 것도 있고.
우리 시대에 가장 힘든 것은 문화적 관련성을 찾는 것 같다. 대중음악이 워낙 다방면으로 범람하기도 하고... 사람들이 정말 귀를 열고 들으려 하고, 또 그것을 위해 돈을 지불하려는 장을 찾아야 한다. 연주하는 것이 즐겁기야 하지만 우리는 커리어를 구축하고 또 살아있는 예술가가 되려는 것 아닌가?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듣고 배우고 받아들여줘야 하는데... 그 것이 가장 어려운 점인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다방면으로 창의성이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프로그램을 짜고, 어디에서 연주를 하고, 온라인 상의 존재감이나 영향력 등... 어떻게 꾸리고 제시할 것인가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솔로 프로젝트건, 금관 5중주건 무엇을 하건...
나도 지금 작곡가 겸 전자기타리스트와, 전자음향을 다루는 베이스 주자와 함께 그룹활동을 막 시작하는데 굉장히 기대가 크다. 아주 흥미롭고 새로운 공동작업이 될텐데, 앞으로 이런 활동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당신들같이 어리고 재기 넘치는 트럼펫 주자들이 세상에 나가서 흥미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펼쳐나가기 바란다.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 옵션이지만, 오케스트라에 별로 자리가 없는 ~ 색소폰이나 몇몇 타악기 등 ~ 주자를 보면, 언제나 뭔가 멋진 걸 만들어내는 데에 열중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든 밖으로 내놓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런 스스로의 활동에 굉장히 충실하고 전념한다. 방안에 앉아서 꼭두각시 인형(페트루슈카)을 연주하는 대신, 그 친구들은 나가서 작곡가랑 논의하고, 협력 작업을 하고, 의뢰를 주고받고, 여기저기 예약을 하고, 웹사이트를 만들고, 온라인미디어 홍보 자료를 만들고... 세상에 자신을 내놓기 위해서 이런 모든 걸 하고 있는 거다. 여기에 어느 쪽에도 옳고 그름은 없다.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전력을 다해서 성취를 이루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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