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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2024-01-15 10: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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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품은 낭만펫터를 위하여
내용

며칠 전 악기를 수리할 일이 있어서 낙원상가에 들렀다.

마침 내가 들어간 악기사에선 간단한 수리니 커피 한잔하면서 기다리란다.

아코디언이 산더미처럼 쌓인 구석 홀 탁자에 앉았는데,

이북사투리 쓰는 직원분하고 연세가 칠십은 되어 보이는 어르신 한 분이

악기와 연주법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계셨다.

워낙 진지해서 아 저분은 정말 고수신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39년 전 어머니와 함께 처음 왔었던 악기 상가다. 그 때 어머니께선 내게 트럼펫을 하나 사주셨었다.

크게 변한 것도 모르겠고, 다만 사람들이나 건물이 좀 더 늙었다는 느낌 정도.

하긴 그때 고등학생이던 내가 벌써 이렇게 나이를 먹었으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노라니 직원이 수리를 마친 옆 어르신의 악기를 가지고 왔다.

알토색소폰이다. 융 타올로 한번 닦으시더니 목줄에 악기를 거신다. 스케일을 한번 훑고...

내심 기대까지 하며 앉아 있었다. 물론 내색 없이.

 

연주곡은 "반달"이었다. 그래 반달이든 별이든 그게 뭐 중요하겠나.

더 뜻밖인 것은 완전 초보자 실력이었다. 꼭 어제 저녁부터 배우기 시작한 솜씨처럼.

하지만 눈을 지그시 감고 지으신 표정은 이미 최고의 연주자였다.

그 양반의 하얀 쪽배는 서쪽 나라로 끝까지 가지 않고 연주는 끝이 났고, 리드에서 입을 떼시면서

하시는 말씀 "악기를 업그레이드할까?"

그래서 악기를 자세히 보니 그 악기도 오백 이상은 하는 야나기사와 제품이었다.

 

음...수리 끝난 내 악기를 받으며 그 어르신 악기도 업그레이드 하시고 건강하게 인생을 즐기시라는 바람 하나 슬쩍 놓고 악기사를 나왔다.

때마침 어디서 읽은 이런 구절이 생각이 났다.

'자기별까지 가지 못하는 것이 슬픈 게 아니라 그런 별 하나 품지 못하는 게 불행한 것이다.'

 

(이사 축하 겸 작년 오월에 적어 놓은 글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람 1명, 클라리넷 및 색소폰의 아트일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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